촛불 시위에 대해 불법도로점거이고, 폭력적이며, 뽑아주고 이제 와 한 나라의 수반을 끌어내리려 하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키는 짓이라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저는 당신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나도 30개월 이상 미국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지만"이라는 전제를 깔았다면, 당신이 꼭 하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드릴게요. 원하시는 대로 고르시지요.
당신은 민주공화국의 시민입니다. 따라서 성년인 당신은 대한민국의 정치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30개월 이상 미국 소고기 수입"이라는 행정부의 정책에 반대한다면, 당신의 의사를 지금 당장 행정부에 전달해야 합니다. 전달하는 방법은 이런 것들이 있지요.
1) 내가 사는 지역구의 국회의원에게 내 대신 말해달라고 전한다.
2) 언론사에 내 대신 말해달라고 전한다.
3) 거리에 나가 내 얘기를 들어달라고 외친다.
3번은 시위를 말하는 겁니다. 3번이 위험하게 느껴지는 게 문제이므로 1번과 2번에 집중하도록 합시다. 전혀 폭력적이지 않습니다. 누구도 피보지 않습니다.
1번에 대해서, 아, 국회의원은 내가 뽑았으니 알아서 잘 하겠지, 하고 내버려두고 계십니까? 그럼 몇 가지 묻겠습니다. 당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은 누구입니까? 그 사람은 당신과 당신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습니까? 당신이 반대하는 "30개월 이상 미국 소고기 수입"에 관해 행정부 측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까? 아니라면, 당장 국회의원 사무실에 전화하세요. "내 반대 의사를 행정부에 전하라. 아니면, 다음 선거 때 당신을 뽑아주지 않겠다." 라고 하세요. 국회의원은 내 목소리를 정부에 대변하는 자입니다. 그들은 내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머슴이 아닙니다. 그 사람들은 자기 이익도 챙겨야 하고, 자기에게 요구하는 다른 사람들의 말도 들어줘야 합니다. 가만 놔두면, 그 사람은 당신의 목소리에 신경쓰지 않을 겁니다. 당장 전화해서 당신의 의견을 전달하라고 요구하세요.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구 사람들의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하는 게 본업입니다. 당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누군지, 전화번호가 뭔지 모르겠다고요? 그걸 알아보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면, 나는 남들이 알아서 잘해주길 바란다, 그런 뜻으로 해석되어 버립니다. 감 떨어지길 열심히 기다리세요. 그리고 어디 가서 성년이라는 말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2번에 대해서, 당신이 보는 신문은 "30개월 이상 미국 소고기 수입"에 대해 어떤 태도로 보도하고 있습니까? 당신의 반대의사를 보도하도록 신문에 요구하세요. 신문은 무슨 일이 있는지 열심히 찾고 그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열심히 모아서 "여기 이런 일이 있소! 여기 이런 의견이 있소!" 하고 보도하는 것이 본업입니다. 방송사에, 신문에, 잡지에, 전화하고 메일 쓰세요. 당신의 반대의사를 보도하지 않고 뭐 하고 있냐고 화를 내세요. 당신의 의견을 무시하거든, "그렇다면 나는 당신네 신문을 더 이상 보지 않겠소!" 라고 말씀하세요. 당신은 그 신문이 당신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를 바라고 '돈 내고' 신문 보는 독자입니다. 신문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대로 안 하면 이제 안 본다?" 라고 말하세요. 당장 전화기를 들어 당신의 의견을 제보하고 보도하도록 요구하세요.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독자님들. KBS, SBS, MBC, YTN 시청자님들, 화이팅입니다. (추가) 대구엔 TBC가 있답니다. 대구 분들 화이팅입니다.
아, 그런데 일부 신문/방송사들이 끈덕지게 당신의 말을 안 들어줄 지도 모릅니다. 그럼 좀더 압박을 가하세요. 그들에게 광고를 내는 기업들에게 '광고 주지 말라, 안 그러면 당신네 물건을 사지 않겠다' 라고 말하세요. 제대로 압박을 받을 겁니다. 위협이 아니냐고요? 당신도 매일 받지 않습니까. 일 제대로 안하면 대우 안 좋아진다는 회사의 무언의 압박을. 당신도 당신에게 돈 주는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습니까? 당신이 고객이 아니라 상사의 눈치를 보는 것처럼, 언론사는 당신이 아니라 광고주의 눈치를 봅니다. 당신도 직원이 맘에 안들면 "매니저 나와! 윗사람 나와!" 하고 외치지 않습니까? "광고주 나와! 일 잘 안하는데 돈 주지마!"라고 항의하세요. 요즘 세상엔 홈페이지라는 게 많습니다. 전화도 있고요. 당장 기업 홈페이지로 찾아가 전화기를 드세요.
이상은 '시민의 위치'에서 당신의 "30개월 이상 미국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당신에게는 '민주공화국 시민'이라는 신분 말고 '소비자'라는 신분이 있거든요. 소비자로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친기업 정책을 내세우는 현 행정부의 태도를 보세요. 기업은, 당신이 서비스/물품을 구매해주기 때문에 존재하는 집단입니다. 따라서 당신은 '마음에 들게 잘 하는 기업들의 물품/서비스'를 사고, '마음에 들지 않는 기업들의 물품/서비스'를 사지 않음으로써 기업들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은 돈과 사람과 영향력을 아주 많이 가진 집단이니, 그들을 통해서 당신의 의사를 전달하세요. 자주 이용하는 기업에 가서, "30개월 이상 미국 소고기"를 재료로 쓰거나 판매하면 당신네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말하세요. 당장 기업 홈페이지로 찾아가 전화를 하십시오. 아, 전화만 하면 소비자센터에서 끝날지도 모릅니다. 꼭 책임자 바꾸라고 하세요. 아예 기업에 가서 몸으로 보여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안 할 뿐이지. 하지만, 그거 아십니까? 당신이 이 중의 하나라도 꾸준히 하고 있으면, 그런 당신들이 점점 늘어나면,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기업들이, 언론들이 당신의 의견을 듣고 태도를 바꾸면,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은 줄어듭니다. 충돌도 없습니다. 진압도 없습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습니다.
"나도 반대하지만, 저건 아니다"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럼 다른 방법으로 하세요. 당신과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늘리세요. 지금 당장 하십시오. 당신들이 늘어날수록, 당신이 걱정하는 사태가 일어날 확률은 줄어듭니다.
덧. 폭력사태로 번질까봐 걱정스러워 한 마디 하시는 분들을 비난하는 게 아닙니다. 시위에 나가시는 분, 화이팅입니다. 나가셨다가 빨리 들어오셔야 했던 분, 나가지 못하셨던 분, 괜찮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함께 하세요. 우리 모두는 "30개월 이상 미국 소고기 수입"에 대해 뭔가 의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 아직 미국산 소고기, 유통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음주쯤 유통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몇 주 뒤면, "30개월 이상 미국 소고기"가 들어올 겁니다. 늦기 전에 행동합시다.
*소고기 수입하면서 대책 알아서 세운다는데 왜들 난리냐, 저런 좌빨들!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계속 그 말씀 하시면 됩니다.
*뉴스비평인데 딱히 어떤 뉴스를 지적하여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좀 죄송하네요. 굳이 따지면 조중동 사설과 기사들을 겨냥한 글이라 하겠습니다만 -_-


